인생은 마라톤이다.
달리기가 취미가 아닌 사람도 인정하는 격언이다.
마라톤을 직접 달려보니, 인생도 마라톤 일거 같다는 공감이 든다.
유명한 격언을 하나 떠올려보면, 높은 확률로, 그 격언은 마라톤 완주에 필요한 격언일 것이다.
내가 이겨내야 할 건 나 하나뿐이다.
35km 구간을 지나서, 다리에 고통이 극에 달했다.
결승점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없었다.
지금부터 내가 얼마나 더 뛸 수 있느냐가 유일한 관건이었기 때문이다.
달리는 내내 정말 감사했다.
나는 풀코스 완주기록이 없는 F조 러너였다.
처음 5km구간에서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천천히 뛰는 나를 앞질러 갔고,
마지막 5km 구간에서는 걷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내가 앞질러 갔다.
그리고 완주가 목표였기때문에 주변의 그 누구도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다만, 완주시간 5시간을 목표로 페이스메이커를 해주시는 자원봉사자 러너님의 파란 풍선만 집중해서 놓치지 않았다.
지금 기억으로는 그룹D의 5:00(시간) 페이스메이커 김현(?) 님으로 이름이 외자였던 노익장의 열혈러너 셨는데,
그 페이스 메이커 주변에 자연스럽게 무리가 형성되어서 함께 달리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내가 오버페이스나 언더페이스를 하지 않도록 다잡아주는 역할을 해주셨다.
달리는 내내 정말 감사했다.
달리기의 진정한 묘미는 응원이라고 생각한다.
모르는 사람이 내 이름을 힘차게 외치며 화이팅을 외쳐준다.
덕분에 힘이나고 그 힘으로 달려 나간다.
마라톤 운영을 위해 자원봉사해 주시는 수많은 서포터님들,
교통 통제해 주시는 경찰분들과 택시 기사님들,
급수대와 청소를 도와주시는 대회 관계자 분들,
같은 크루가 아니어도 응원해 주는 수많은 러닝 크루들과 그 멤버들,
마라톤 대회 동안 불편함을 감수하고 이해해 준 수많은 서울 시민들,
그 외에도 이 대회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신경 써준 수많은 분들께 모두 전하고 싶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2024년 11월 3일(일요일)
2024 JTBC 서울마라톤 참가자 올림.
P.S) 나중에 사용하기 위한 여러 가지 기록
- 키 182cm, 대회 당일 기상직후 공복 체중 86.4kg이었다.
- 물품 보관소를 이용하지 않았다. 덕분에, 대회전까지 시간이 널널했고, 집에서 대회장까지 시작시간에 딱 맞춰 나와도 무리가 없었다.
- 마포에서 공덕사이에 달리기 코스 중간에 들어갈 수 있는 화장실이 있었는데, 그 화장실에서 소변을 봤다.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소변이었다. 달리기 1시간 전까지 계속 물을 많이 마셨고, 출발 10분 전에 화장실에 다녀왔는데도 불구하고 소변이 너무 마려웠다.
- 너무 뒤쪽에서 달려서 그런 건지, 35km 넘는 구간부터는 급수대에 물과 이온음료가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 35km 넘는 구간으로 기억하는데, 갑자기 신발에 이물질이 느껴졌다. 돌은 아니었는데 아무튼 발바닥에 계속 느낌이 났다. 과감하게 멈춰서 신발 벗고 털고 다시 신었다.
- 신발끈을 널널하게 묶었는데 덕분에 아주 쾌적했다.
- (물품보관소 이용을 안 함) 핸드폰을 안 가지고 뛰니 가장 아쉬운 점은 대회 끝나고 피니쉬 라인이나 올림픽 공원에서 사진을 찍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집까지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심심했다.
- 완주 직후에 집에 돌아오는 길이 너무 고통스러웠다. 지하철에 있는 계단이 손잡이를 잡지 않으면 오르내리기 힘든 정도였다.
- 응원해 주시는 분들께 너무 감사했다. 응원해주시는 분들이나 자원봉사자 분들께 내가 보답해 드릴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지 고민해 봐야겠다.
- 이번 대회 연습량이 너무 부족했다. 8월-9월까지 헬스 PT 받고, 가끔 3km 트레드밀 달린 게 올해 달리기 연습의 시작이었고 (1월-7월까지 운동을 전혀 안 했다.) 10월 1달간 120km 정도를 달렸다.
- 대회 신청은 미리미리 하자. 이번에 추가접수 성공으로 간신히 참여했다. 물론 핑계지만, 추가접수 성공 이후부터 운동한 게 운동량 부족에도 어느 정도 일조했다.
- 연습에 강박을 갖지 말자. 출근 전에 운동 못했으면, 퇴근하고 하면 되고, 주말에 못했으면, 주중에 하면 된다. 이런저런 핑계 대지 말고 최대한 많이 달리자.
- 퇴근 후에 달릴 거면 집에 들어가자마자 옷만 갈아입고 바로 나와서 운동하자. 일단 퍼지면 절대 운동하러 다시 안 나온다.
- 식단과 수면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달리는 것만큼이나 혹은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 신경 쓰자.
- 에너지젤이나 비싼 운동화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이다.
- 달리면서 음악을 듣지 않았는데, 음악 들으면서 달리는 것도 해봐야 될 거 같다. 달리면서 중간중간에 들었던 응원곡들이 정말 큰 힘이 됐다. (그대에게, I was born to love you, 질풍가도...)
- 달리면서 멘탈관리할 수 있는 여러 메쏘드를 찾는 게 중요하다. 마음 챙김 달림, 호흡에 집중, 힘들 때 떠올릴 생각이나 시나리오들을 많이 준비해 두면 정신적으로 더 잘 버틸 수 있다.
- 쥐가 날 거 같은 느낌이 미리 느껴졌다. 그때 페이스 조절과 러닝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계속 신경 써서 바로잡았던 게 결국 쥐가 안 나도록 이어진 게 아닌가 싶다.
- 마지막 피니쉬 라인 100미터 정도를 남기고 전력질주 했는데 그게 너무 무리가 컸다. 굳이 그 거리를 그렇게 뛰지 않았어도 됐는데 무리해서 달리다가 결승선 통과 직후에 쓰러졌다. 다행히도 누워서 잠시 호흡을 고르고, 파스뿌리고, 물 마시고 쉬었더니 금세 괜찮아졌다.
- 피니쉬 라인 통과해서 바로 멈추지 않고, 50-100m 더 안쪽에서 멈추자. 바로 멈추면 위험할 수 있다. 다행히 이번엔 내 주변엔 같이 결승점 통과한 사람이 한 명도 없었고, 대부분 걸어서 들어오는 러너 들이어서 딱히 별일이 없었다.
- 술, 담배, 커피, 밀가루 음식, 단당류 등의 중독성 물질은 미리 끊자. 그리고 끊은 상태를 아주 오랫동안 유지하자. 끊는 게 아니라 오늘 하루만 참는 것이고, 단지 죽을 때까지만 참는 것이다. 좋은 것을 더 하려고 하지 말고, 안 좋은 것을 끊어내는 게 핵심이다.
- 좋은 생활 리듬을 가져가는 게 핵심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게 습관화되어 있어야 오전에 풀컨디션 유지가 되고, 밤에 일찍 자야 양질의 숙면이 가능하다. 물론 이것도 강박을 가질 필요 없이 그냥 잘 자면 된다.
- 밝고 환한 인상을 유지하고, 타인에게 더욱 친절해지자. 이 세상은 정말 아름답고 또한, 좋은 사람들이 정말 많다. 달리면서 느꼈던 감사한 마음과 아름다운 자연을 자주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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